독립의 발자취

한자리에서 만나는 

고국 품으로 돌아온 우리 문화재

독립의 발자취<BR />

글 편집실

 

구한말 서구열강의 침탈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 등 질곡의 역사를 겪으며 우리나라 밖으로 흩어졌던 문화재들이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고궁박물관 신재근 학예사의 안내를 따라 나라 밖 문화재와 그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여정을 함께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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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년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이 반환한 〈면피갑〉

2. 2022년 미국에서 환수한 〈백자동채통형병〉

3. 2021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

4. 2022년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

Q.〈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전시를 개최한 계기는?

올해는 해외에 흩어져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조사·연구·환수·활용을 맡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재단의 노력으로 국외에 있던 적지 않은 우리 문화재가 국내로 돌아왔는데, 그동안의 문화재 환수 노력의 성과를 알리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나라 밖과 안으로 우리 문화재가 지나온 여정을 함께 되짚어보는 자리입니다. 이는 나라 밖 문화재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Q. 우리 문화재가 어떠한 경로로 국외로 흩어지게 되었나요? 

우리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된 사정은 다양합니다. 구한말 서구열강의 침탈·일제강점·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혼란기를 겪으며 우리 문화재가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의 왕실 문화유산을 비롯해 국가 운영과 관련된 문화유산들이 도난과 약탈에 노출되었습니다. 반면에 적법한 구입·기증·외교 선물·수출 교역 등을 통해 나가게 된 문화재도 적지 않았으며,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컸던 서양 사람들의 수집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라 밖으로 떠나게 된 우리 문화재는 현재 214,208점(2022.1.1.기준)으로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25개 나라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는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나라 밖 우리 문화재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수에 이를 것입니다.


Q. 다시 환수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국외문화재 환수는 국제법상 강제수단이 미비할 뿐 아니라 당사국들 간의 정치·경제·문화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민간단체 등은 국외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워왔으며 다양한 방식의 환수 시도와 성과가 있었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1,432점이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산발적인 환수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의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하여 〈북관대첩비〉와 일본 궁내청 보관 한국 도서 등 중요한 문화재들이 돌아오면서 국외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한층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겸재 정선 화첩〉, 조선 후기 보병이 입었던 〈면피갑〉 등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의 조건 없는 한국문화재 반환은 나라 밖 문화재를 통해 이어진 아름다운 인연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 있나요? 

이번 전시에서는 국외에서 환수한 문화재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유물 3점이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와 올해 3월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과 〈백자동채통형병〉입니다.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나전상자로, 제작수준이 높고 보존상태도 양호해 국내에서 전시·연구 등의 활용 가치가 높은 유물로 꼽힙니다. 〈열성어필〉은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어필)를 탁본해 엮은 책으로, 1722년에 간행된 이후 3년만인 1725년에 새로운 글씨를 추가해 묶어 형태가 드문 유물입니다. 백자표면을 구리안료로 장식한 병인 〈백자동채통형병〉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스탠리 스미스가 소장했던 것으로, 국외문화재의 반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Q. 이 밖에도 눈여겨볼 만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언론에 한차례 공개됐던 2018년 독일에서 환수한 〈면피갑〉과 2022년 미국에서 환수한 〈독서당계회도〉 등 6점의 유물도 일반 관람객에게는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또한 덕혜옹주가 어릴 때 입었던 옷인 〈덕혜옹주 당의(예복으로 저고리 위에 덧입는 상의)〉와 〈스란치마(장식용 띠인 스란이 있는 예복용 치마)〉도 전시되는데, 덕혜옹주의 애달픈 사연을 떠올리게 하여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더불어 문화재 환수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영상 등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방식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빼앗긴 문화재 반환에 심혈을 기울여 온 국가로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내왔고, 10년 전부터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설립으로 반환 사업이 보다 일원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재를 반환 받는 것에 최종 목표를 두고 소유권에만 문화재의 가치를 두지 않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 관람을 통해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하고 연구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문화재를 통해 역사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하나의 일이 결과를 맺기까지는 드러나지 않는 많은 노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유물 자체가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관람하시는 분들은 전시된 유물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시면서 돌아온 유물의 가치뿐만 아니라 숨겨진 노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여 보시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의 문화재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응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여러 여건으로 인하여 그동안 환수되었던 문화재 모두를 보여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10년 후에는 좀 더 많은 유물이 전시될 수 있도록 혹은 전시할 수 있는 상황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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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는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9월 2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나라 밖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문화재 4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는 1부 ‘나라 밖 문화재’·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3부 ‘현지에서’로 구성하였다. 아울러 다시 돌아온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환수경로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전시 공간을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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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라 밖 우리 문화재’ 

: 돌아온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국외로 나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가 유출했으나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2006년에 환수한 국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을 볼 수 있다. 또한 보물인 〈국새 황제지보〉·〈국새 유서지보〉·〈국새 준명지보〉는 모두 한국전쟁 때 도난당했다가 미국과 공조로 그 존재를 찾아내면서 2014년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돌아왔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 환수한 〈백자동채통형병〉은 미국인 수집가가 반출한 유물로, 국내 소장 사례가 적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전시 작품 중 어보와 국새는 관람객이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회전시키기도 하고, 글자가 새겨진 인면(印面)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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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다시 돌아오기까지’  

: 전시 유물을 통해 문화재 환수의 여러 방법을 보여준다.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소장기관에서 기증받아 환수한 〈덕혜옹주 당의〉 및 〈스란치마〉와 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불법성을 확인하고 국내로 환수한 〈호조태환권 원판〉을 통해서 기관을 통한 기증과 도난문화재의 환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장자가 자발적으로 기증하는 방식으로 들여온 환수문화재인 〈문인석〉과 〈면피갑〉도 관람할 수 있다.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국내에 희소하거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클 경우 ‘구입’이라는 방식으로도 환수된 문화재도 있다.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와 〈열성어필〉이 경매로 구입한 대표적인 유물이다. 이밖에 벽면에 설치된 대형 상호작용(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문화재가 환수되는 여러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생생하게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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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현지에서’ 

: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국내로 환수되지 않더라도 머물고 있는 현지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 그간의 성과를 다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지원했던 해외소재 문화재의 보존처리 과정과 해외에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고, 그동안의 조사연구 성과를 담은 책자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아울러 전시기획자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돕고 있는 생생한 육성을 듣고, 관람객이 자신만의 느낌을 적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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